2009년 11월 28일
악기 연습
색소폰을 다시 시작한지 한달이 다 되어 간다. 주로 회사 짬밥 먹고 학원에 가서 1시간 정도 불다가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서 일하다가 9시 조금 넘어서 퇴근하는게 일상.
하루종일 회의를 한다던가 스트레스를 잔뜩 받으면 학원까지 갈 기운도 없어서 패스. 일주일에 2~3일 정도 가는듯.
첫날은 정말 어리버리 했는데 한 2주 지나니 다시 예전 기억이 떠올라 선생이랑 같이 쉬운 곡 주고 받을 수준으로는 복귀했다. 예전 선생님 한테 재즈를 목표로 교육 받다보니 나도 모르게 재즈 비트가 몸에 익어서 발박자를 메트로롬 중간에 치고 들어가고 당김음을 써서 연습을 하게 된다. 클래식을 전공하는 지금 선생이 진지하게 예전에 누구한테 배웠냐고 물어본다.
색소폰이라는 악기 자체가 음정이 불안한 편인데 클래식을 전공해서 그런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음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바로 지적을 한다. 난 차이를 못 느끼겠던데 전공자라서 다르긴 다르다.
연습은 그냥 롱톤과 스케일만 한다. 정말 재미 없는 연습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어렸을 때 강제로 피아노 배울 때는 그렇게 싫더니 지금은 그 괴로움도 즐거우니 나이먹고 철 들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공부든 음악이든 그 어린 나이에 하기 싫은 걸 참아가면서 관리하는 애들을 볼 때마다 난놈들은 따로 있다고 본다. 서른이 훌쩍 넘어서 느끼는 이 감정을 십대 때부터 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가장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공부든 음악이든 하다 못해 놀이든 간에 끈기 있게 재미 없는 과정을 견디는 능력이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친한 형이 X-Sports 매니아라서 대학 때부터 지켜봤는데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보는 스케이트 보드를 잘 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항상 하는 이야기가 그 노력을 다른 쪽에 기울 였으면 골프를 치면 투어프로요. 공부를 했으면 사시 패스요. 이종 격투기를 했으면 K-1에 나갔을 거라고 믿는다. 그만큼 하나를 잘 한다는게 어렵고 그 과정을 어린 나이에 견디면서 했으면 싶다. 자식이 음악에 미쳐 하루에 12시간씩 기타만 친다면 그건 인정해 줄 생각이다. 그정도 노력이면 다른걸 해도 충분히 근성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은 공부든 뭐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거다. 게임 몇판 두드리다가 TV 보면서 시간 때우는 게으른 인생이 문제다. 내가 그렇게 지냈기 때문에 항상 아쉬웠다.
재미 없는 연습임에도 갔다오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 나니 나이먹고 일 고되면 어떤 식으로든 탈출구가 필요하다.
# by | 2009/11/28 01:36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