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잡설

LA 출장 나온김에 여유가 있어 근 이년만에 글을 올린다.
개인사 마지막 포스팅이 회사 이직한 내용이었는데 그 뒤로 많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글을 올릴 심적인 여유가 없었다. 출장도 자주 다녔지만 대개 몇일간의 짧은 기간이다보니 일할 시간도 부족해서 딴짓을 할 여유가 없었다. 사실 출장이 아니더라도 하루하루가 매우 바쁜 나날이었다.
  
지난 이년동안을 돌이켜보면 그간의 경험에서 벗어난 새로운 일을 해야만 했기 때문에 그 충격이 꽤나 컸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여건상 할 수가 없고 뭐라도 해야하는 절박한 시기를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보내고 있으나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그때 그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그 조직의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변방에서 겉 돌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매우 힘든 시기로 극도의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수시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전 직장 후배들을 많나면 꼭 하는 말이 그 어느곳에도 평안은 없다라는 말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맨몸으로 들어와서 30명 넘는 인력을 새로 뽑고 독립된 조직으로 안착시켰다.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언제 유리잔 처럼 깨질지 모르는 약한 조직이지만 여기까지 만드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었다. 일을 계획하고 수주하고 실행까지 해야 하는 올라운드 플에이어가 되어야 했고 일을 믿고 맏기고, 같이 의논 할만한 동료도 거의 없는 통에 그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가 없었다. 그래도 과거 조직에서는 소모되는 용병의 위치였다면 여기서는 주인공이라는게 큰 차이이다.

어쨌든 지난 2년 간의 공로를 작게나마 인정받아 몇달 후 임원 진급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년을 버틸지 2년을 버틸지 알수는 없지만 어쨌든 주변 동료들 중에는 가장 빨리 임원이 되는 케이스 이고 모든걸 떠나서 어디가도 뭐든 먹고는 살수 있겠다는 작은 확신을 얻었다는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량 광택 잡설


취미로 세차를 자주 한다. 힘들고 번거롭고 귀찮음에도 굳이 새벽에 일어나서 세차를 하는 건 단순히 차를 깨끗히 한다는 거 외에 자기 수양의 차원이다.
항상 두뇌를 혹사하다보니 때때로 아무생각 없을 때가 필요한데 이 아무 생각 없음이 잘 안된다. 가만 있는다고 해도 보면 뭔가 고민하고 걱정하고 있기 마련.
예외로 세차하고 왁스칠 할 때만 아무생각 없이 그 행동에만 집중하다보니 그 맛에 자주 정신 수양 차원에서 왁스칠을 했다.

나름 신경 쓴다고 해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세차를 할 때마다 뭐 하나 실수하면 스크래치가 잔뜩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 어느순간 보다보니 스크래치가 가득해져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섰다.
벌써 4년이 넘었지만 한번도 광택을 내지 않았길래 전문 업체에 가서 한번 쓱 밀었다.
나름 관리한다고 했는데 전문가 왈, 스크래치가 다양한 종류로 깊게 얇게 퍼져 있어서 힘들었다고 한다.

광택 + 유리막 행사를 하길래 유리막 까지 같이 해버렸다. 유리막이 그다지 효용 있다고 생가하진 않았지만 최근 세차하는 취미도 시들해져서 발라 버렸다. 유리막을 시공하면 왁스를 못 쓴다고 하니 정신 수양은 따른데서 찾아봐야 겠다.


이직 잡설

혹시나 했는데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더니 진급이 누락 되었다.
외국 나가서 쉬고 오라고 할 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설마 하고 룰루랄라 갔다 왔더니 누락 소식을 알려준다.
담당 파트너가 나름 설명을 해주는데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안되고 재는 왜 되는거지 라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작년 프로젝트에서 나쁜 평이 나왔다는게 주요한 이유인데, 나도 할말은 있다.

넌센스다. 중간에 그만둔것도 아니고 끝까지 책임지고 나왔고 실적으로만 보면 회사 역대 최고 아닌가. 그걸 도맡아서 했는데 그게 원인이라니 말이 되나? 도망갈 기회 있었지만 끝가지 지켰다 . 이슈의 원인도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조직을 위해서 그런거 아닌가? 라고 항변 해봤지만 결론 내놓고 핑계 갖다 붙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10년간 모시던 부서장이 작년부로 진급해서 사라진 탓이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간 실세 라인이라고 내심 즐겼던게 정작 중요한 순간에 내 목을 쳤다.

일찍히 누락되면 때려 치겠다고 맘 먹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좀 막막했다. 분노에 휩싸이긴 했지만 딱히 대안이 없다. 미리미리 알아봐야 했는데 갑자기 다른 회사가 뚝 떨어질리가 만무하다.
플랜 B를 가동하지 않은 벌이다.

한때는 촉망받는 젊은 직장인이었는데 어어 하다 보니 회사에서 밀려난 늙은 관리자가 되버렸다. 세월은 긴것 같지만 직장생활은 짧다. 연차가 되다보니 생각보다 갈 곳이 많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건 동종업계에서는 가장 프라이어티 높은 조직에서 근무하다 보니 인터뷰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력서가 워낙 화려하다보니 맨 먼저 하는 질문이 '왜 나오는 거죠?' 이다. 진급이 안되서라고 하니 뭐 더이상 묻지는 않는다.
 
경쟁사 중 한곳에서 진급 조건에 추가 보너스에 연봉 인상 포함하여 받아 주기로 해 이직하기로 했다.
일단 급한 마음에 경쟁사로 가기는 했지만 현 회사보다 역량이 부족해서 이게 잘하는 짓인지에 대한 고민이 너무 컸다. 조직 역량이 떨어지면 개인 능력에도 제한이 걸린다.
예로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 잘 나가다가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면 적응 못하고 나가 떨어지는게 조직의 능력을 개인의 능력으로 착각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내가 얻은 화려한 클라이언트 리스트는 다 조직이 만들어 준거다. 조직이 없으면 그런 클라이언트와 접촉할 수가 없다보니 고민스러웠다. 
영업을 하려고 해도 셀링할 컨텐츠가 없다. 몇주간 정말 고민스러웠지만 결국 이직하기로 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하는 상황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있으면 내년에는 진급 시켜 줄 것 같기는 하다. 그런 다음에는 라는 고민이 컸고 특히나 작년 조직 수장이 바뀌면서 끈 떨어진 연이라는 걸 절감 했기 때문에 남아서 잘 될  자신이 없었다. 

다음에는 퇴사가 문제였는데 입사보다 퇴사가 훨씬 어려운 일이다.

부서장은 누락 시켰지만 일선 파트너들의 시각은 좀 달라서 대부분 호의적이기 때문에 정말 인간적으로 만류했다.
친한 윗사람들에게 수일에 걸쳐 설득 당하는 과정을 겪는 건 굉장히 고통스럽다.  
인간적으로 면담하면서 남는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맘 돌렸다가 이건 아니지 라는 과정이 거의 매일 반복되었다.

기다리면 언젠가 잘 될거라는데 그걸 못참고 뛰쳐나가 조용히 시장에서 사라지는 사람이 될까봐 정말 두려웠다.
실제 그렇게 사라지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조직에 남은 사람은 잘되고 나간 사람은 모두 실패했다. 내가 아는 한...
         
윗 사람들도 이건 진짜라는건 깨닮은게 불과 엊그제다. 지난 몇주간의 나의 호소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듯 하다. 담당 파트너가 진짜 나간다고 동료 파트너에게 말했더니 몇번을 물으면서 그럴리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 분이랑은 형 동생하는 사이이다 보니 자기 버리고 나갈 지 몰랐나 보다. 친하다고 해서 친형제는 아닌데 말이다. 

일은 많고 사람은 부족하다 보니 퇴사 하는날 까지 일 하나만 더 하라고 한다. 일주일에 만이천 달러 용역이라는데 순순히 퇴사 시켜주겠다고 해서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간 참 징하게 부려 먹는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덕분에 하루도 못쉬고 이직하게 생겼다.

예전에 이직 할 때는 자신감 충만에 무조건 잘 될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10년간 한 회사에서 나이 먹다보니 완전 새가슴이 되버려서 겁부터 난다. 내가 병신짓을 한게 아니라는 답을 얻으러 새롭게 굴러야 한다.
 
     

캐나다 잡설

캐나다 서부에서 혼자 장기 휴가 중.
으슬으슬 우울한 날씨에 열악한 거주 환경까지 겹쳐 전혀 즐겁지 않음.
원하지 않은 휴가도 휴가인가?
세상을 오래 살다 보니 등 떠밀려 가는 휴가도 있네.
매일 새벽 잠 깰 때마다 침대에서 집에 갈 날 손 꼽으니 이건 아무리 봐도 휴가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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