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병역제도

정계를 뒤집는 이슈맨 박연차. 여야 정치인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돈을 갖다 바쳤다.
눈치 빼꼼한 정치인들이 그의 돈을 받았다는 건 나름 신뢰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속된말로 박연차 돈은 받아도 탈이 안난다는..   그만큼 입 무겁고 신뢰 있던 그가 줄줄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많은 전,현직 정치인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치권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가 술술 불 수 밖에 없는 사정을 보아하니 자식들. 그는 딸 셋과 아들 하나가 있나 본데 검찰에서 자식들을 이용하여 압박했다 한다. 먼저 딸들을 출국금지 시키면서 압박 했을 때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아들을 압박하자 마자 바로 백기를 들었다고 한다. 아들은 현재 병특인지 공익인지 하는 유사 군복무를 하고 있는데 검찰에서 이 복무가 정당한 것인지 다시 수사 한다고 하자 불기 시작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아들의 유사 군복무가 정당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당한 사유로 인해 특례를 받았다면 겁 먹었을게 없을 텐데 분명 부당한 방법이 동원 되었고  아들이 다시 사병으로 재복무 할 위기에 처하자 앞뒤 안가리고 불기 시작했다.

내가 군에 갈 무렵에 군복무의 종류는 사병입대 아니면 면제였다. 74방위를 마지막으로 방위 복무가 없어졌고 새로 공익인지 뭔지가 생겼지만 생소한 개념이었고 주변에 그런거 가는 친구도 없었다. 병역특례도 있었는데 내 주변의 병특은 생계형 병특인지라 나와는 상관 없는 일로 여겼다. 군대 가는게 죽기보다 싫었지만 면제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었고 주변에서 보는 것도 다 육군 입대인지라 눈물을 머금고 논산을 갔고 몇주 후에는 말로만 듣던 철원으로 실려갔다.

군대 이야기야 책으로 몇권 써도 모자라는 구구절절한 사연이지만 사연말고 당시 느꼈던 문화 충격이 몇가지 있었다. 내부반에 도착하고 나니 30명이 넘는 소대원 중에 내가 유일한 대학생 이었다. 그동안 전문대가 학벌로 행세하고 있었고 내가 가자마자 무슨 서울대 법대생 취급을 했다. 좋게 말해 하는 소리지 역차별 무지하게 당했다. 흔하디 흔한 대학생들 다 어디갔는지 정말 궁금했다.
또 소대원 중 서울사람 넓게 말한면 수도권 사람이 드물었는데 인구 비율로 보면 적어도 4명중 하나는 서울 살아야 했지만 서울 사람은 30명 중 한명 있었다. 또, 키큰 사람이 드물었는데 내 키가 178 이었고 그냥 보통에서 조금 큰키라고 생각했는데 소대에서는 세번째로 컸다. 상병때는 178 키로 중대 기수까지 했다. 이래저래 '팔도사나이'라는 노래가 거져 나온게 아니라는 사실은 절감하고 나왔다.

제대를 하고 본격적으로 공부 좀 할 때 어쩌다보니 같이 공부하던 애들이 다 부자집 애들이었는데 놀랍게도 단 한놈도 사병으로 군복무한 경우가 없었다. 전원 다 병역특례 아니면 공익이었다. 다들 상경계열 전공이었는데 문과도 병특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고 병역특례가 어떻게 이루어 지는지도 그때 알았다. 중소기업 사장이나 대기업 임원 자제들은 서로 상대 업체에 병특으로 입사 시켰고 사장 친구 아들, 대기업 임원 아들을 관리 할 턱이 없으니 그냥 월급 받고 놀고 먹었다.
그때서야 내가 바보였다는 걸 알았다. 집 떠나 내 공간이 한평도 안되는 내무반에서 거친 팔도사나이들한테 두들겨 맞아가며 이곳이 진정한 지옥이구나를 외치고 살 때 이것들은 병특이니 공익이니 하면서 사회를 만끽하고 있었던 거다. 그놈들 한테 병특 시절 연애 이야기나 받은 월급으로 자동차 튜닝하고 나이트 가서 놀았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 내가 참 병신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예전에 SK 텔*콤 프로젝트 할 때 좋게 말하면 client, 실제로는 '갑'이 병특 복무 중인 집안 좋고 똑똑한 젊은 총각 이었다. 나는 그 나이에 한달에 만원 받아가며 침상 걸레질을 어떻게 해야 되나를 설명하는 고참의 말을 받아 적어가며 뺑이 칠 때 이 총각은 수백배 월급 받아가며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극단적인 비교 상황 이었다. 꽤나 속썩인 '갑' 이었는데 일하면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구나를 절감 했다.

생각해보면 건국 이래로 군 복무가 공정한 적은 없었다. 지금 지도층 인사 중에 제대로 군대 갔다온 사람 몇이나 되겠는가? 희한한 장기대기 면제나 그냥 단순 면제부터 조금 미안하면 6개월 방위,혹은 전두환 아들과 동시대에 살았으면 덩달아 혜택 등 어떻해든 있는 집 자식들은 군생활 돌려 막았고 힘 없고 못 배운 사람들만 끌려가서 살다 온 셈이다. 과거에는 위험을 안고 병역비리를 저질러야 했지만 이상하게 최근에 와서는 유사 군복무 제도가 신설되어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면제의 혜택을 볼 수 있으니 이래저래 우리나라는 살만한 나라이다.
비슷한 시기에 군대간 친동생과 휴가 때 만나 서로 손을 부여 잡으며 우리는 꼭 성공해서 자식들에게 좋은 부대를 안겨주자고 맹세하던 (둘다 철원과 화천에서 근무해서 자식에게 면제는 커녕 좋은 부대만이라도 보내주고 싶었다) 생각을 해보면 우리 군대 제도가 겉보기 와는 달리 매우 불평등한 제도다.

예비군들은 여자들이 군가산점이나 군대문제에 뭐라 한마디 하면 아주 날카롭게 반응하는데 괜히 여자들한테 한풀이 하지 말고 불평등한 군대 제도나 반응 했으면 좋겠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같은 사회에 살면서 최소한의 책임감은 서로 느끼며 살아야지 혜택은 다 받고 책임은 피하겠다는 생각이 너무나 만연하여 입맛이 쓰다. 

by coolcat | 2009/04/21 11:18 | 시사 | 트랙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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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그러렴眞見 at 2009/10/18 18:03

제목 : 그랬구나
불평등한 병역제도약한 고리....more

Commented by 사발대사 at 2009/04/21 11:43
고생 많으셨군요. ;ㅁ;

옛날에 TV에서 인터뷰하는데 강남에서 아들 군대보내면 의붓아버지라고 하던 기억이 납니다.
군대문제는 하루빨리 미국처럼 모병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고질적인 구타,가혹행위 등이 근절되고 청년실업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coolcat at 2009/04/21 17:54
고생이야 다 비슷하죠. 다들 자기 있는 곳이 제일 어렵지 않습니까? 우리집은 뺄 힘도 없었지만 전혀 그럴 의사도 없었거든요. 예전에 제가 이회창 이야기 하면서 잠시 적기도 했지만요. 근데 속칭 산다는 집에서는 당연히 군대를 빼려고 하니까 문제죠. 자식은 다 귀한데 체면도 양심도 없는거죠.
모병제를 하면 혹시나 없는 집 애들만 군대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지금 특전사나 장교들을 보면 모병제 해도 크게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처우만 좋다면요..
Commented by 엘민 at 2009/04/21 12:42
세상은 항상 불공평합니다. 제도를 움직이는 힘은 기득권에게 있고, 그것을 이용할 힘도 기득권에게 있으니까요. 그래도 불공평함을 보면 그것을 고치려 하는 사람들이 소수라도 있다는 점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인듯 합니다.
Commented by coolcat at 2009/04/21 17:56
우리나라 정서상 군대를 꽤나 공평한 제도로 보거든요. 누구나 다 간다는 단순한 명제에 공평한 의무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이거를 건드리면 민감하게 반응하죠. 이회창 아들이나 스티브 유 같은 경우죠. 근데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공평하지가 않습니다. 훈련소 들어가자 마자 하는 짓이 가족과 친지 중에 사회 지도층 인사 있냐 부터 조회하고 그놈들은 따로 관리해주고 면회도 방에서 해주게 해주거든요. 껍데기만 남은 공평한 군대입니다.
Commented by 한도사 at 2009/04/21 13:22
군복무제도가 서민들에게 공정하지 않았던것은 조선시대에도 그랬지요. 돈없고 빽없는 서민은 언제나 그랬습니다...
Commented by coolcat at 2009/04/22 01:26
군대 가기 전에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공평한게 남자들 군대 가는거 아니냐 생각했는데 가보니 아니더군요. 제대하고 나니 이건 뭐 군대 간 놈만 병진이고... 그나마도 있는 집 애들은 군대가도 기무사 같은데 가서 90년대에 위성 방송 보면서 한여름에 사우나 하더군요. 제가 공병대 있어서 기무사 보일러 고쳐주러 몇번 갔거든요. 꼬우면 성공하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에 이해 하는 것 같은데 이래저래 안타까운 과거와 현실입니다.
Commented by 카구츠치 at 2009/04/21 15:32
솔직히 말해서 학력미달 공익 외에는 다 폐지해야 된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coolcat at 2009/04/22 01:28
그러게 말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같은건 죽어도 인정 안해주면서 같지도 않은 이유로 예외는 많은 것 같습니다. 개값만도 못한 군인 자원을 군대만 쓰는게 억울 한가 본데 악용되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Commented by 송시헌 at 2009/04/22 16:02
요새 잘 지내세요?
저는 올해 5월 10일에 입대합니다. 군대가기 싫어서 이리미루고 저리미루다가, 결국갑니다.ㅎㅎㅎ 다행히도 카투사 붙어서 덜 억울하긴 합니다만...
전 한국이 모병제로 안 되는 이유를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한달에 한 150만원은 줘야 된다고 봅니다.
근데 더 한심한 건, 군대 갔다온, 서민 청년들의 멍청한 정신상태죠.... 군대 갔다와야지 사람된다느니,,, 철이 든다느니, 이런 한심한 소리들을 한국의 노예계층 서민 들이 하는걸 듣고 있자면, 내가 노예인걸 모르는게 노예의 영속성을 유지시켜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새 한국 경제 상황을 보면, 정말로 힘들어지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한국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마약과 총기 소지가 보편화되어있어서, 어려운 경기상황이 유럽처럼 길거리 폭동이나, 어마어마한 범죄증가율, 혁명으로 이어져야지만, 이 해답없는 상황에 돌파구가 열릴것같기도 합니다...
양이나 소처럼, 묵묵히 괴로움을 참는다는게,, 결코 좋지 못하다는걸 한국의 상황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송시헌 at 2009/04/22 16:20
어쩄거나, 이렇게 살기좋고 정이많은 대한민쿡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면,,, 타인종과의 결혼을 통한, 유럽국가의 국적취득이 필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외국여자를 좋아하는 터에, 뭐 잘된것같기도 하고요.ㅎㅎ

아 요새, 장하준씨 책과 강연을 인상깊게 보고 있습니다.
정말로, 탄탄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있는 대단한 분인것같습니다.
뭐 국내에 아는척 말 잘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장하준씨처럼, 구체적인 지식과, 그리고 그걸 아주쉽게 설명하는 능력을 가진사람들은 드문것같습니다.

과학도서들을 옛날에 읽으면서 한국과 일본인들이 쓴 책들은 다시는 읽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지가(황인종들이 어려운말섞어쓰면서, 본질을 꽤 뚫어보지도 못하는 설명을 하는것에 질려서요) 꽤 됐는데, 장하준씨와 조승연 같은 사람들은, 상당히 예외적인 케이스인것같습니다.
Commented by 송시헌 at 2009/04/26 15:08
아 그리고 제 원래 아이디가 고라파덕입니다. ㅎㅎ
Commented by 라라 at 2009/10/18 18:00
예전에 SK 텔*콤 프로젝트 할 때 좋게 말하면 client, 실제로는 '갑'이 병특 복무 중인 집안 좋고 똑똑한 젊은 총각 이었다. 나는 그 나이에 한달에 만원 받아가며 침상 걸레질을 어떻게 해야 되나를 설명하는 고참의 말을 받아 적어가며 뺑이 칠 때 이 총각은 수백배 월급 받아가며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극단적인 비교 상황 이었다. 꽤나 속썩인 '갑' 이었는데 일하면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구나를 절감 했다.

이 부분 자세히 이야기 해 주실 수 있나요?
Commented by coolcat at 2009/10/20 19:07
글쎄요... 그냥 아주 좋은 자리의 병역 특례인데 우연인지 어쩐지 집안 좋고 학벌 좋은 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정도입니다. 그외에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는데요...
Commented by 라라 at 2009/10/21 00:31
그런가요 왕후장상 씨 그러셔서 능력이 탁월하거나 한지 알았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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