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얼마전 같이 일하는 동료가 진지하게 '앞으로 뭐 먹고 살아야 할까요' 하고 묻는다. 수명은 나날이 늘어나고 직장생활은 뻔하니 당연한 고민이다. 나도 요즘 진지하게 하는 생각하는 문제이긴 하다. 40대 중반이면 조직 생활은 소수의 성공자 만이 남고 대부분 나가야 하는게 사실. 있던 회사가 좋은 곳이면 밑의 그레이드로 내려가서 조금 개길 수 있겠지만 어쨌든 본인이 충성을 다했던 조직에서는 수명을 다 한다.

일전 공기업 아줌마 직원과 식사하는데 하는 이야기가 아마 잘하면 첫째 장가 갈때 쯤 퇴직 할 것 같다고 해서 퇴직할 때를 물어보니 아들이 32살 될 때라고 한다. 아들 32살 될 때까지 번듯한 공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고 게다가 인생이 예측 가능해지니 얼마나 좋겠는가. 어렸을 때는 다이나믹한 인생이 좋을지 몰라도 어느정도 나이도 먹고 가정도 생기면 예측 가능한 삶이 좋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 아니면 아무리 삐까뻔쩍한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해도 40대 중반이면 임원의 길을 걷던가 은퇴해야 하고 또 이후에 수십년간 먹고 살 거리를 찾아야 하니 현실은 고역스럽다.

솔직히 말해서 30년 공부하고 15년 일하고 30년을 은퇴자로 보내야 하는게 한국 직장인의 주소이니 선진국도 아니요 그렇다고 개발경제도 아닌 현재 세대의 큰 고민이다.
30대 중반도 안되었는데 잡지에 나온 귀농 정보도 유심히 보게 되고 해외 이민도 기웃거리게 되니 이정도 되면 사회적 문제가 아닌가?
불과 나보다 10년만 빠른 세대도 자산 버블기를 보냈고 덕분에 재빠른 사람들은 어느정도 자산을 일구었지만 나만해도 많이 늦어 여유자산을 갖기가 어렵다. 그나마 나는 여유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이 없는 정도를 한탄 하지만 나보다 밑의 세대는 아예 경제활동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1년이라도 먼저 태어 나는게 다행이다.
몇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나 같은 사람은 어디 취직은 커녕 지금까지 집에서 놀고 있었을 거다.

진지하게 노후 걱정을 하다가 가장 현실적인 결론은 부모님 유산으로 귀결 되었다. 아들, 며느리 다 아무리 번듯한 직장에 다녀도 노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니 평생 자식 키워주시고 심지어 손주까지 봐주고 마지막에는 자식들 노후도 봐주셔야 한다. 거참.... 자식 낳은 죄로 너무 많은 것을 해 주시는데 세상이 그렇게 변했으니 이해해 주셔야지.

얼마전에 만약에 아버지가 제 세대에 태어나셨으면 어떠셨을 것 같습니까? 하고 물어보니 진지하게 아마 굶어 죽었을 거다. 라고 솔직히 대답해 주셨다. 아버지도 열심히 사셨지만 나도 열심히 살고 있고 내 밑에 세대들은 더 열심히 살고 있다. 같이 열심히 살아도 세상이 그러면 다 자기 세대 같지는 않다.

얼마전 조정래 선생이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이에 대해 세상 탓만 하고 도전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느 세대든 열심히 사는 사람의 비율은 일정하고 오히려 우리나라는 세대를 더 할 수록 그 비율이 더 높다고 본다. 시젯말도 잉여들도 많지만 똑똑하고 자기 관리 잘하고 도전적인 젊은이들은 요즘이 더 많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의 비극은 해도 안된다는 것에 있다는 거지 세상 탓만 하고 놀고 먹는 인간들이 많아서는 아니라고 본다.
결론은 나의 노후는 부모님이.... 아버지 너무 억울해 하지 마세요. 저도 우리 아이 노후까지 책임질 생각 하고 있어요. 그래서 하나만 키우려구요.

by coolcat | 2009/10/09 17:47 | 잡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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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0/09 23: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oolcat at 2009/10/12 11:27
아..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 가서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Commented by 송시헌 at 2009/10/10 17:20
..... 동감입니다.
잘 지내세요? 저는 용산 카투사로 복무중입니다. 직업 관련 글좀 많이 올려주세요. 저 요새 먹고 살 걱정하면서 우울해하고 있습니다.ㅎㅎ
Commented by 송시헌 at 2009/10/10 17:21
아, 그리고 제 원래 아이디 고라파덕이었습니다.
Commented by coolcat at 2009/10/12 11:39
오랜만이네요. 용산이면 좋은데 아닌가? 이야.. 90년대 군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군대에서 인터넷 한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네.. 건강하시길.
Commented by 송시헌 at 2009/10/14 12:04
뭐 , 미군 들과 같이 생활해서, 한국군과는 분류가 좀 다르죠...ㅎㅎ
저는 보직이 미군부대내의 호텔 및 음식점, 위생검사입니다.
저도 전역후에 요새 해위취업 생각중인데 어떻게 준비해야될지 모르겠네요...
음 진로가 고민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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