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잡설

요즘 간간히 요리를 하면서 냉수를 쓸 때가 있다.
주로 과일 야채 씻을 때인데, 그 잠깐을 견딜 수 가 없다. 그냥 차다가 아니라 손이 무슨 망치로 두들겨 맞는 기분이다.
딸기 잠깐만 씻으면 되는데 그게 너무 고통스럽다.
집이나 사무실이나, 어디들 가던 웬만하면 온수가 나오다 보니 한겨울에도 찬물 댈 일이 없고 그러니 몸이 찬물을 못견딘다.

사람의 감각이라는게 참 간사하다.
군시절에는 수돗물 보다 더 차가운 지하수로 한겨울에 목욕도 했는데 이제는 잠시 손도 못댄다.
군대 있을 때 병장 할애비라도 단 한가지는 통제 불가능 했는데 바로 온수 였다. 먹고 자는거 다 맘대로 할 수 있지만 한겨울에 냉수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온수 나오는 잠깐을 제외하고는 얼음장 같은 지하수로 세수에 세탁까지 해는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잠시도 못 만지겠다.
나날이 편하게 사는걸 추구하다 보니 겨울에 추운 것 못 참겠고 여름에 더운것 못 참겠다. 참을성이 없어져서 힘들게 살 수가 없다.

아주 예전에 유력인사들이 머무는 구치소, 서울 구치소인지, 소장이 월간지에 인터뷰 한 기사가 있는데 질문이 왜 재벌이나 정치인은 감옥에만 가면 병원에 입원하고 휠체어 타고 나오냐는 것였는데
답변이 예상과 다르게 꾀병이 아니라 진짜 아프다고 한다. 평생을 편하게만 살다보니 감옥 생활에 몸이 못 견디고 진짜로 탈이나서 아프다고 한다. 그러니까 휠체어가 꾀병이 아니라는 거다.

그때만 해도 그게 말이 되나. 나도 곱게 자라다가 군대가 같은 험한 꼴 다 당해도 감기 한번 안걸렸다. 라고 생각 했는데 중년 되서 찬물도 못만지는 거 보니 평생 곱게만 산 늙은이들은 진짜 아플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 한국전쟁 때 노동 안해본 양반집 자재들이 전쟁 중 급박하게 후퇴할 때 그냥 지쳐 쓰러져 죽었다고 하던데 뭐 이해가 간다. 아마 지금의 나라면 겨울에 세수하다가 얼어 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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